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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우여곡절 끝에 이직에 성공하다.

디스 프로그래머 2020. 6. 20. 02:40

우여곡절 끝에 이직에 성공하다.

이번연도 초부터 계속된 고난으로 인해 거의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좋지 않은 상태로 보냈는데 말 그대로 Silver lining이라고 해도 될 만큼 좋은 기회를 잡았다. 다음주부터는 노가다꾼이 아닌 개발자로 다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기쁘다.

 

올해의 반이 지나는 시점에서 느낀 점

올해 반 년간 너무 여실히 느꼈던 점은 "무엇을 계획하고 있든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커리어를 위해 직장을 관두고, 캐나다 워홀을 준비하고, 워홀을 위해 또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개인적으로 알고리즘과 컴퓨터 공학, 데이터 구조, 알고리즘 등등을 공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은 짓이었다. 커리어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한다? 어불성설이다.

 특히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던 점이 조금 후회스럽게 남는다. 차라리 개발 일을 병행하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캐나다나 영어권에 있는 국가들에게 지속해서 이력서를 보내 외국에서 개발자 일을 하는 방법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남는다. 혹은 해외지사에서 근무 기회를 주는 회사에 지원하던가. 그러니까 굳이 직장을 관두고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타개책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당시의 나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고 너무 성급하게 모든 것들을 정했다.

 

혹자는 말하길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고난을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내가 올해 겪은 이 고난은 나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꽤 열심히 준비했던 플랫폼이 망했고, 해외에서 일하려는 계획과 공부하려는 계획 모두 무너져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근데 이 사건들은 모두 내가 "실행력, 행동력"이라는 미명 하에 실행한 섣부른 결정들이 야기한 결과였다.

 나는 무언가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주저함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조금 조심스러운 성격이 묻을 것 같다. 한 예로 내가 개발을 계획해놨던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 중 상당수를 포기하였다. 그리고 아르바이트 중 개발과 관련은 없지만 어느정도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일이 있다고 해서 알바를 관두고 그 일에 올인하려 했다가 다음날 그냥 안한다고 거절했다. 올해 모든 것들이 당초 계획했던 것에서 급하게 수정을 했을 때 개박살이 났기 때문에. 어쩌면 이미 성격이 조금 변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옥의 구직활동

내가 구직활동을 하며 가장 많이 본 단어가 있다면 "안타깝게도"와 "아쉽지만"이다. 탈락메일에 꼭 써있더라. 노가다와 다름 없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을 병행하는 건 거의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신체적으로 매우 피로하니까 머리쓰는 일도 잘 안됐다. 안되는걸 억지로 하려니 당연히 결과도 안좋았다. 결과가 안좋으니 멘탈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일주일 연속으로 잠을 세시간만 자며 준비했던 코딩테스트와 면접이 떨어졌을 땐 정말 멘탈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 몇 안되는 장점이 있다. 난 항상 이걸 "쳐맞을 지언정 나아간다 정신"으로 부른다. 상처를 받든, 멘탈이 바사삭 되든 일단 마음 먹은 것, 해야 하는 건 한다. 그래서 그냥 계속 구직활동을 했다. 그렇게 결국 취직에 성공했다. 이럴 땐 내 미련한 성격이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직

이젠 슬슬 아르바이트 계약기간도 거의 끝나갔고 계약기간동안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그냥 실업급여 받고 공부나 계속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탈락이 계속되니 난 진짜 모자란 사람이라는 걸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미 서류합격 된 몇 몇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지원을 취소하고 마음을 비웠다. 내 머릿속은 이미 아르바이트 계약이 끝난 뒤 실업급여로 신청할 클래스와 공부 커리큘럼을 짜면서 구직활동을 천천히 지속해나가는 걸로 꽉 차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직에 성공하였다. 모든 분야의 극의에 가면 결국 힘을 빼는 것이 경지라고 하던가. 다른 곳에서 면접 봤을 땐 A4규격의 노트 수 페이지를 빼곡히 써가며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 답변들을 준비했지만 뭔가 목구멍에 탁구공을 삼킨 것마냥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힘을 뺐다. 위에도 썼다시피 이직에 대해서 거의 반 포기상태였을 뿐더러 부족한 점에 대해서 공부할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 번의 면접을 거치니까 난 예상질답을 써서 외우면 오히려 문장이 어색하게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예상되는 질문들에 대해서 예전처럼 장황하게 문장의 시작과 끝까지 전부 써놓는 게 아니라 아 이건 이거구나, 이건 이거였고, 저건 저거였고 하는 식으로 가볍게 복기하며 준비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면접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다른 기업의 면접은 면접관과 나와의 거리가 꽤 멀어서 뭔가 관찰당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었고, 자신들이 듣고 싶은 답변이 있는지 인성면접에 있어서도 같은 뉘앙스의 질문을 여러 번 한다던지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좀 달랐다. 면접관님들과(이젠 대표팀, CTO님이 됐지만)의 거리도 굉장히 가까웠고, 면접이라기보다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난 사실 면접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합격 메일이 언제 쯤 올까, 사장님한테는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둔다고 말하지?하고 고민했었다. 그리고 한 켠으로는 "만약에 면접을 이렇게 봐도 떨어지면 난 대체 어떡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왜냐면 난 이번보다 면접을 더 잘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취업 성공!

그렇게 난 다시 알바생에서 직장인이 되었다. 전 직장과의 겹치는 기술스택은 거의 없지만 그동안 개인적인 관심사와 프로젝트로 쌓아왔던 경험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망한 프로젝트가 기술적인 경험을 쌓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과분하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너무 커서 사로잡혀버릴 것만 같다. 조심해야게따 ㅎㅎ... 아무튼 매우 기쁘다. 올해 일어났던 안 좋은 일 모두 이 일을 위해 액땜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쁘다. 뭐 너무 기쁘고 좋으니까 더 쓰고 싶어도 기쁘다 좋다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열심히 해야겠다. 전 직장보다 좋은 처우를 받으며, 내가 잘하고, 또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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