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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콩 텐키리스 키보드. IBM 스페이스 세이버2, Space Saver 2, RT-3200 리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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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콩 텐키리스 키보드. IBM 스페이스 세이버2, Space Saver 2, RT-3200 리뷰

디스 프로그래머 2018. 9. 6. 00:31

군대에서 훈련 중에 어깨를 크게 다쳐서 어깨에 붙어있는 인대를 꼬매는 수술을 했다. 어깨에 구멍을 세 개 뚫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간헐적인 통증이 일 때가 있다. 특히 그 통증은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더 심해졌고 점점 더 통증이 이는 간격이 좁아졌다. 그렇게 원인을 찾던 와중에 올바르지 않은 앉은 자세, 풀배열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왔다갔다 하며 자세가 계속 삐딱해지는 데에 통증의 원인이 있다는 걸 찾았다.


풀배열 키보드를 쓰면 마우스만 사용할 땐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만 몸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렇게 자세가 유지되면 될 수록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많이 갔던 것 같다. 지금은 거울을 보면 오른쪽 어깨만 약간 내려가있는 상태가 됐다. 그정도로 어깨 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번갈아가며 쓰게 되는데 키보드에서 손을 떼서 마우스에 가져다 대는 일도, 마우스에서 다시 키보드로 손을 가져오는 일도 너무 귀찮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 해서 아련한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있던 이 빨콩키보드라는 걸 찾아냈다.



IBM의 스페이스 세이버 2. 옛날에 서버랙에 포함된 모델이라 텐키리스로 발매됐다고 한다. 딱봐도 올드한 디자인에 왼쪽 상단의 IBM마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옛날모델이라서 그런지 PS/2단자가 달려있다. 물론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PS/2 -> USB젠더를 사용하면 드라이버 설치를 통해 휠 등의 마우스 기능까지 사용 가능하지만 마우스 감도 등의 세세한 설정은 할 수 없다. PS/2단자가 달려 있는 컴퓨터에 그대로 연결시에는 드라이버 설치시에 감도 조절 등 스페이스 세이버2가 지원하는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키보드는 옛날에 단종돼서 지금은 구하기 쉽지 않다. 나도 우연히 중고나라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해서 바로 그날 직거래를 통해 두 개를 업어온 것이다. 원래 한글 각인이 박힌 중고품(엄청나게 희귀하다)과 영어각인 제품 하나, 이렇게 구입했었는데 한글각인 제품은 휠버튼이 고장났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영어각인 제품으로 다시 교환받아와서 영어각인의 스페이스 세이버2가 두 개가 됐다. 하나는 집에, 하나는 직장에 뒀다.


다양한 빨콩의 종류가 있다. 모양 뿐 아니라 재질도 달라 본인의 취향에 맞는 트랙포인터를 선택하여 장착할 수 있다. 나는 돌기가 있는 모양보다는 도깨비방망이처럼 까슬까슬한 모양의 포인터를 사용한다. 움직이는데 힘은 좀 더 소모되지만 미끄러지지 않아 적중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장점은 업무효율의 증대와 자세개선이다. 사실 이것을 생각하기 전에는 터치패드가 달린 키보드를 고려해봤지만 터치패드는 넓은 모니터에서는 필연적으로 손을 뗏다 만졌다 해야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커서로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트랙포인트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조이스틱처럼 움직이면 마우스가 움직인다. 감도도 옛날제품치고는 꽤나 섬세하여 조금만 익숙해지면 마우스의 정확도를 어느정도 따라잡을 수 있다. 세간에는 이 빨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처음엔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했지만 사용하다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은 키감이다. 현재 집에 안 쓰는 키보드 전부 합해서 약 7개가 있는데 아무래도 멤브레인 방식이다보니 위 키보드들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키감을 갖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청축의 그 찰칵찰칵하는 느낌인데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옛날 컴퓨터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보급형 멤브레인 키보드의 그 키감이다. 쌍당히 아쉽지만 그래도 손이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자세와 건강에도 좋으니 이것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게임할 때는 청축을 쓴다.


사실 이 키보드로 정착하기까지 레노버에서 나온 씽크패드 키보드를 사용해보고 자세는 좋아졌지만 그지같은 키배열 때문에 오히려 업무효율이 저하되는 것 같아서 내가 딱 원하는 텐키리스 + 빨콩 + 휠버튼 조합의 키보드가 없나 거의 3일 내내 인터넷을 뒤졌던 것 같다. 그렇게 우연히 이 키보드를 알게 됐고 또 마침 중고나라에 매물이 올라와서 바로 사버렸다. 그 전에는 직수입시 거의 40~50만원에 육박하는 TEX YODA2를 살까 고민했었다. 그만큼 어깨가 아팠고 업무효율 향상을 원했기 때문이다.


내 니즈를 충족하는 새로운 빨콩 키보드가 또 나오지 않는 이상 아마 이 키보드를 평생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집에서는 가끔 청축키보드나 무접점키보드를 사용한다 해도 업무용이나 집에서 개발용으로 쓸 때는 이 키보드를 찾을 것 같다.


PS/2로 연결했을 때 드라이버 잡는 법과 USB로 연결했을 때 드라이버 잡는 법이 상이하다. 다른 사람들은 나 처럼 거의 이틀 내내 드라이버 문제로 씨름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음에는 각 방법으로 연결했을 때 드라이버 잡는 법을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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