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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인식

디스 프로그래머 2020. 6. 28. 07:29

광고와 인식

오래된 표현이지만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있다. 정보가 차다 못해 넘칠 지경에 이른 지금의 세태를 뜻한다. 근데 요즘은 이것도 과소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실로 '정보의 해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들이 온갖곳에 넘친다. 그 중에는 타의로든 자의로든 보게 되는 광고라는 게 있다.

 

나는 사실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 잘 몰랐다. 어떤 물건을 광고를 보고서 산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니었다. 난 광고에서 본 수많은 물건들을 사고 있었다. 예를 들면 신제품 피자나 햄버거라던가, 새로 나온 기술 서적이라던가, 온라인 컨퍼런스라던가 강의 등등. 내 관심사가 이쪽에 쏠려있기 때문일까, 이런 종류의 광고만 배너에서 발견되곤 한다. 그리고 난 실제로 여기에서 보게 된 수많은 제품들을 구매하고 있었다.

 

내가 이걸 깨닫고 나니 의식하고 있지 않던 것들을 의식하게 됐다. 예를 들자면 브랜드 D가 있다. 이 브랜드는 모니터를 만드는 회사이다. 나는 분명히 살아오면서 모니터를 최소 7대는 사봤으므로 모니터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봤을 때 분명히 이 브랜드를 봤을 것이다. 근데 이 브랜드를 인지하게 된 건 최근이다. 그러니까 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있지 못할 때에는 이 브랜드의 제품을 봐도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뿐더러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지가 희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또 모니터를 살 일이 있어서 상품들을 뒤져보니 이름이 떡하니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 회사는 광고로 나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뒤였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인식의 범위 안에 존재해야지만 실제 그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아야만 그것을 보았을 때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광고는 그런 역할을 한다. 정보의 해일 속에서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흡수하지만 또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잊어간다. 이러한 순환 속에서 광고라는 건 일종의 아우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외치는 회사와 제품의 아우성이다.

 

일단 브랜드를 알고 있어야만 상품이 보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모르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을 때 알고 보니 많은 곳에서 그 단어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최근에도 멱등성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야 이 단어가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처럼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어떠한 정보든 자신의 인지 속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라야 자신에게 실제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개발자적인 예를 들자면 TS샴푸(Type Script가 생각나서 외우게 됐다)라던가, 화장실 손 건조기기를 만드는 JAVA라는 회사라던가 하는 것들이 있다. 뭐 아무튼... 아는 것이 많아야 그만큼 채널이 열린다는 걸 깰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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